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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우] 홍재우 교수님 [내일신문] 그들에게 정치를 돌려주라.
2012-03-29조회수  575인제대정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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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우 (인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치'란 말을 듣고 연상되는 단어들은 무엇인가?"

아마도 그 단어들의 색깔과 음조는 대개 어둡고 낮을 것이다. 정치는 태생적으로 인간의 욕망이 충돌하는 갈등을 원천으로 한다. 정치는 갈등이 다뤄지는 장소이고 해결되는 방법이다. 갈등이 없는 세상이 온다면 정치는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그 때까지 우리는 정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정치에 대한 부정적 인식 자체가 누군가의 정치적 목적일 때가 있다. 정치가 특정한 집단의 전유물이던 시대에 정치는 하늘의 뜻을 읽는 거룩한 것이었고 아무나 범접할 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시대가 열리자 정치는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민주주의는 힘세고 많이 가진 자들에게는 불편한 것이 되었다. 약하고 가난한 것들이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을 참아내기 어려웠고 두렵기도 했다.

그렇다고 민주주의를 비난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교활하게도 '정치'를 비난하기로 했다. 갈등이 드러나고 부정이 폭로되는 이 방법은 아주 효과적이어서 정치는 늘 더러운 3류였고 정치인은 욕심 많은 불한당들에 불과했다. 심지어 정치인들도 겉으로는 정치적인 것을 죄악시했다. 급기야 정치혐오와 무관심 그리고 민주주의 정치적 원칙에 대한 무지는 시민의 교양이 되었다. 민주주의는 껍데기만 남았다. 그것은 경탄할 만큼 성공적인 정치적 결과였다.

젊은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은 불온한 시대의 징표였다.

그들은 젊은 세대가 정치를 되찾을까봐 두려워했다. 안타깝게도 지난 십여 년간 우리 사회 젊은이들의 정치적 관심과 참여는 처참해질 정도로 낮아졌다. 투표율은 낮아졌으며 길 잃은 가치관은 민주주의를 폄하했다.

다행히 최근 젊은 세대에서 여러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등록금, 청년실업, 비정규직, 양극화의 문제가 더 이상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다.

젊은 세대들이 정치적 주권을 되찾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으나 정당이 상당한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껏 우리의 정당들은 젊은 세대들에게는 정당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 반영하고, 동원하고, 조직하고, 육성하는 일들 말이다. 지금껏 보수정당에게 젊은 세대는 기득권 수호를 가리기 위한 장식품이거나 인터넷 여론에 대응하기 위한 용병일 뿐이고 진보정당에게는 썩 믿음이 가지 않는 표밭에 불과했다.

우리와 달리 유럽진보정당들은 역사적으로 강력한 청년조직을 갖고 있다. 이들도 젊은 층의 낮은 투표율에 고민하지만 정당과 젊은 층의 연계는 훨씬 제도화되어 있다. 또 많은 정치지도자들이 당의 여러 청년 조직을 통해 성장하고 경험을 쌓는다. 2010년 에드 밀리반드는 만 40세에 영국 노동당의 당수로 선출되었는데 당선 소감의 첫머리에 처음 당원으로 가입한 17세 때를 회고했다. 이런 예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정치적 경험도 없이 인지도만으로 정치인으로 변모하는 우리 정치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젊은이들을 보호라는 미명하에 정치무풍지대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 18세로 투표연령을 낮추고 10대 당원과 20대 지방의원이 나올 수 있는 정치적 동원과 충원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투표장에 나오라는 도덕적 훈계가 아니라 그들의 요구와 분노를 듣고 그들이 스스로를 조직하는데 도움을 주어야 하며 정치적으로 훈련받고 경험을 쌓을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대로 정치에 무관심하고 혐오하는 세대가 커간다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를 알아채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2011.07.25 원문은 제목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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