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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우] 홍재우 교수님 [프레시안] 나는 당신이 나를 위해 투표하기를 원한다
2012-04-13조회수  487인제대정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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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재우 (인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나는 당신이 투표하기를 원한다. 왜 나는 당신에게 투표하라고 권하는가? 혹 당신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투표 참여가 정치적 자유인 것처럼 투표 불참도 나의 정치적 의사 표현이다." 아마 당신의 게으름이 이유가 아니라면 이 말은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당신은 믿을만한 정치인도, 신뢰가 가는 정당도 없고 그들의 차이도 크지 않아서 누가 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얼마간 동의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나는 당신이 투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이 당신이 민주주의의 주인이기 때문이거나 당신의 참여정신이 정치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도 할지라도 너무 자주 듣는 말이라 당신을 투표장으로 이끄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서이다.

나는 오로지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와 내 자식이 살아갈 이 나라가 내가 살기 좋고 내가 행복한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까닭에 당신에게 투표를 권한다. 나는 나의 이익을 위해 이 공동체에 함께 사는 당신이 투표하기를 원한다. 당신도 알겠지만 투표는 정치적 행위다. 어쩌면 당신이나 나 같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제도적 정치참여의 방법이다. 정치학은 정치가 공동체의 결정 혹은 그것을 둘러싼 일들에 관한 것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공동체에 속해 있는 사람은 누구도 정치가 만든 결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한다. 그가 깊은 산이나 외딴 낙도에 숨어 살아도, 그가 많이 배웠거나 일자무식이이어도, 그가 부자이거나 가난해도 상관없이 말이다. 당신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정치는 집요하게 당신의 삶뿐 아니라 나의 삶에도 내 자식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235년 전 민주주의 국가를 설계하는데 참여했던 어떤 이는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삶과 죽음 그리고 세금을 결정하는 것은 정치다라고 말했어야 옳았다.

운이 좋게도 당신과 나는 그 아무도 빠져나갈 수 없는 공동체의 정치적 결정을 우리 손에 맡긴 민주주의 아래서 살고 있다. 그러나 당신 생각처럼 민주주의는 우리가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지 않을 권리도 허용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어쩌면 아주 단순한 것이어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의사가 있는 사람들의 머리수만을 세어가며 결정을 내리는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당신이 스스로의 운명에 관여하지 않음으로써 다른 사람들의 운명에 관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 같은 사람 말이다. 왜냐하면 결국 정치는 공동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굳이 내 삶에 관여하고 싶은 까닭은 없겠지만 당신이 참여하지 않음으로 인해서 공동체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들의 숫자는 적어지고 반대로 그들의 힘은 더 강해진다. 그들이 내 편일 수도 있겠지만 아닐 수도 있다. 그들이 내 삶을 해치는 어떤 결정을 내리고 행여 당신이 그들과 그 문제에 대해 똑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라 해도 상관없다. 나는 당신이 표를 던지고 정치에 참여하길 바란다. 당신이 노예가 아닌 이상 다른 사람과 늘 변함없이 같은 생각을 갖고 살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결정에 참여하는 의견과 목소리가 많을수록 내게 가장 이익을 주는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은 낮아지겠지만 내게 가장 피해를 주는 결정 또한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민주주의는 내게 최선의 것을 주지 않더라도 최악의 것도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공동체의 결정이 소수에 의해서 좌우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불과 40%의 참여로, 다시 그 절반의 찬성으로, 결국 20%의 결정이 나머지 80%의 삶을 좌우하지 않기를 바란다. 게다가 나는 그 20%를 좌우하는 한 줌의 자들, 즉 정치를 혐오하게 만들어 사람들을 내쫓고 공동체의 결정을 사유화하고자 하는 자들에 의해 지배받는 세상에 살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당신의 참여가 필요하다. 비록 당신이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지고 다른 세상을 꿈꾸며 다른 대안에 표를 던질지라도 나는 보다 많은 이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보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는 정치가 이루어지길 원한다. 사람들이 결정과 운명이 서로 얽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정치가 만들어지길 희망한다. 그래야 정치가 우리를 우습게 여기지고 않고 내 삶과 내 자식의 삶을 가벼이 여기지 않게 된다. 그래야 민주주의는 정당한 지배가 되고 건강해 진다.

나는 당신이 투표하기를 원한다. 마음 같아서는 남반구의 어느 나라처럼 '의무투표' 법을 만들어 당신을 투표장으로 끌어내고 싶기도 하다. 한 마디로 투표는 나와 숙명적으로 같은 공동체 내에서 살아가야 하는 당신의 의무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쉽게 탈주해 버릴 수 없는, 같은 국가에 살아야 하는 당신이 내게 해야만 하는 일이다. 당신은 나에 대한 이 의무를 다하라. 눈치 챘겠지만 여기서 나와 당신을 바꿔 말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가 투표를 한다면 당신과 당신의 자녀들을 위한 것이고 당신이 투표를 한다면 나와 내 자녀들을 위한 것이다.

당신이 내게 이 중요한 의무를 다하지 않을 때 나도 당신에게 또 다른 의무를 다하리라 기대하지 말라.
 
 
 
<2012.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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