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외교학과
 
인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커뮤니티

커뮤니티

교수소식

[김성수] 김성수 교수님 [부산일보] 공동체 유지를 위해 관용과 포용을
2012-03-29조회수  339인제대정외과
첨부파일첨부파일
 
 
김성수 (인제대학교 언론정치학부 교수)
 
체코슬로바키아는 지난 1938년 나치독일에 합병돼 제2차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점령당했다. 전쟁 뒤에는 소련의 위성국가로 전락했다. 1968년 자유를 되찾기 위한 운동이었던 '프라하의 봄'은 파장이 동유럽 전체로 퍼질 것을 두려워한 옛 소련군의 침공으로 무참하게 진압됐다.

그러나 역사의 흐름은 막을 수 없었다. 1989년 동유럽 민주화의 물결 속에서 체코 공산정권은 비 공산당원들과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이어 반정부 인사였던 바츨라프 하벨이 대통령에 취임했다. 상대적 소외감을 느꼈던 슬로바키아는 독립을 원했고 74년 동안 이어져온 연방은 해체돼 인구 1천만명의 체코 민주정부가 따로 수립됐다.

질곡의 현대사를 보면 체코의 역사 청산 작업은 상당히 험난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나치와 공산독재에 앞장섰던 사람들에 대한 체코인들의 분노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역사의 상처를 서로 위로하고 감싸는 것이 지혜로운 태도'라고 강조했던 하벨 대통령의 말은 체코인들의 공존, 공생을 위한 큰 바탕이 됐다. 그는 공산독재 치하에서 자행된 폭력, 탄압에 대해 청산의 일정한 기준을 세웠다. 과거 공산당, 군, 경찰, 정보기구의 고위 간부들에 대한 처벌은 분명히 했지만 일반 공산당원들에 대해서는 관용과 아량을 베풀었다. 이는 권력 이양을 수월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미래를 향한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체코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서로 아픔을 이해하고 보듬는 것이 '너 죽고 나 죽기 식' 이전투구보다 더 효과적으로 사회의 화합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무조건 용서하고 이해하자는 것이 아니다. 따질 것은 따지되 서로 대화하며 차이를 극복해가고, 그 과정에서 동질감을 확대하고 서로 동의하며, 지켜나갈 원칙을 세워나가자는 것이다. 한 번 정리한 문제는 다시 들춰내지 않도록 하는 지혜가 필요함을 체코의 경우에서 볼 수 있다.

요즘 국내 정치를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의사당 폭력에서 절정에 달했던 정당간 갈등과 대립은 나날이 심각해진다. 철부지처럼 싸우다가 국민의 시선이 무서우면 미봉책에 그치는 합의를 통해 휴전을 했다가 합의문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다시 티격태격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에서 한국의 미래는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정치 후진국으로서의 이미지는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과 브랜드 이미지 악화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경제적 어려움은 속도 차이는 있겠지만 각계각층의 노력에 따라 궁극적으로는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신뢰라는 것은 한 번 부서지고 나면 다시 만들어나가는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됨을 역사는 증명해주고 있다.
 
자기 스스로를 엄격하게 돌아보고 타인에게는 관용의 정신을 발휘하면서 다른 의견을 경청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비판적 검토를 통해 자기의 원칙을 보완하고 수정해나가는 포용력이 요구된다. 다른 쪽에 서있는 사람들을 이해하려 애쓰고 서로 보듬어주는 것이 대한민국 공동체를 유지해나갈 수 있는 지혜로운 길이다.  2009.04.24 (원문은 제목 클릭)



이전글 김성수 교수님 [부산일보] 기상은 곧 국제 경쟁력
다음글 김성수 교수님 [부산일보] 국민의 분노와 불안 헤아려야
목록